2009년 3월 7일


야간 근무를 마치고 월출산으로 산행할 준비를 합니다.

요즘 휴무라 아무도 없는 현장을 지키고 있으면 말동무가 없으니 심심하기도 하지만 같이 밥먹을 사람도 없으니 밥맛도 없습니다.

야간 근무에는 도시락이 나오지만 식중독을 우려해 마른반찬 위주로 나오니 나에겐 맞지 않는 식단입니다.

이것을 산에 가지고 갈수 있으나 밥이 찬밥이라 선뜻 내키지 않습니다.

나오는 도시락임------

그래서 대안으로 생각한 것이 비박하면 사용하려고 구입한 산악용 압력 밥솥입니다.
대략 5~6인용 정도 되며 조그맣지만 가격은 일반 압력밥솥과 거의 같습니다.
산에서 밥을 해 먹은 분들은 알겠지만 대부분 삼층밥을 많이 짓습니다.

하지만 이 압력밥솥으로 밥을 하면 아무렇게 해도 최소한 삼층밥을 짓지는 않습니다.
제일 밥 못한 사람도 바닥에 약간의 누룽지만 있을 정도니 아주 유용합니다.

압력밥솥을 이용하여 밥을 지어 싸가지고 산행을 떠납니다.

사실 월출산은 나에게 있어 아주 특별하게 기억되는 산입니다.
아주 오래 전 이야기지만 옛날에는 텐트가 아주 무거웠습니다. 그것을 메고 전국일주를 한적이 있습니다.

일주 첫날 찾아간 곳이 월출산입니다.

1985년 8월 15일에는 전날 천황사 야영장에서 친구들 4명이 텐트치고 술 마시고 잠들었는데 술을 얼마나 먹었는지 일어나보니 가시덩쿨을 배개 삼아 잠을 잔 적도 있고 ...

아침에 일어나보니 비가 많이 오고 있어 산행을 포기할 상황이 되었는데 우산을 쓰고 산행을 하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해남에서 초등학교 교사를 하는 분이었습니다.

그분이 산행을 하자 우리는 산행을 결심했는데 친구 2명은 포기하고 텐트랑 모든 장비를 가지고 철수했습니다.

빈 몸으로 산에 오른 나와 친구는 폭우를 헤치고 비를 맞고 산행을 합니다.

하지만 도갑사를 2km 정도 남겨둔 지점에서 친구가 힘이 없어 개울가에 머리를 박고 쓰러지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쏟아지는 비에 개울가의 물은 넘치기 시작하고 내 힘으로는 어쩔수 없는 거구의 친구를 옮기지 못해 거의 탈진 상태가 됩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겨우 물가에 눕혀 놓고 무작정 도갑사를 향하여 달려갑니다.
도갑사 거의 도착해서 단체로 캠핑하는 해군생도를 만나 구사일생으로 살았던 기억이 있어 날짜를 잊어버리지 않습니다.

탈진한 원인은 나는 아침밥을 먹었지만 그 친구는 술 핑계로 아침밥을 먹지 않은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전날 많이 마신 물로 뱃속의 모든 것을 토해내고 아침까지 먹지 않아 배가 고파 탈진한 것입니다.

나중에 그 원인을 알고 그래도 다행이라고 얼마나 웃었는지......

집으로 갈 때는 가지고 있던 돈과 토큰이 물어 젖어 쓸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되어 버렸습니다.
한마디로 걸레가 되어 버렸는데 가지고 있던 카메라를 담보로 상점에서 돈을 빌려 집으로 왔습니다.
아쉽게도 남겨진 사진은 없습니다..

2006년 8월 휴가 때는 아무데도 가지 않고 일주일 내내 월출산을 찾아갔습니다.
새벽 운해를 보러 갔는데 4일째 되던 날 가슴 벅찰 감동의 운해를 봤습니다.

2006년 8월 4일 해가 뜨기 전의 월출산과 운해

운해가 산허리를 감싸고 돌기를 기다리는 모습 보이는 카메라는 필름 카메라입니다.
운해 사진을 촬영할 때는 바람이 잠시 멈출 때 찍는 것이 요령입니다

모든 것을 잊고 산 위에서 운해와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는 기쁨..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을 겁니다.

내 자신이 산에 가는 이유..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기다려 주지 않더라도 저 산은 나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멋진 곳에서 나 혼자 바라보고 있는 것이 너무나 아쉬운 순간입니다.
2009년 3 월 7일 천황사 주차장에서 바라 본 월출산.

이 도로가 끝나는 지점이 산행 들머리입니다.

천왕사  
지금은 볼품없지만 곧 복원한다고 합니다.

하늘이 너무 좋습니다. 모든 것이 아름답습니다.

기암괴석..가만히 쳐다보면 사람 얼굴 옆 모습 같습니다.

월출산의 명물 ..구름다리.
옛날에는 구름다리까지 올라오면 좌측 끝 사자봉으로 올라가는 길은 없었습니다. 지금은 새로 생긴 길입니다.

구름다리의 위용..

제 2의 금강산이라는 월출산의 기암괴석들.

구름다리의 우측에서...이곳도 촬영하기 좋게 난간이 있습니다.

. 더욱 가까이 본 구름다리.


자세히 보면 구름다리 끝에 등산객이 보입니다.
저곳도 난간이 좋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왼쪽에 보이는 암벽위로 등산로가 있습니다. 구름다리 끝에서 자세히 보면 철 계단과 등산객이 보일 겁니다.
원래는 없던 곳인데 철 계단으로 만들었습니다.

원래 구름다리는 건너면 흔들려서 조금 무서운 곳이었는데 지금은 아주 튼튼하게 새로 만들어서 흔들리지도 않습니다.

건너편에서 바라 본 구름다리..

보이는 곳은 바람폭포 방향입니다..

철 계단이 없고 길이 끊겼을 때는 바람폭포 방향으로 하산하여 정상을 향해 올라갔습니다.

보고 있으면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위에서 바라 본 구름다리

시작되는 철 계단. 아주 지긋지긋한 철 계단의 공포가 시작됩니다.

이 철 계단은 그 길이가 약 300m 정도 됩니다.
즉 300m 를 철 계단을 타고 올라가야 합니다.

하지만 그리 힘들지는 않습니다,
그 이유는 좌측,우측이 분리되어 있고 양손에 힘을 주고 올라가면 생각보다는 힘들지 않게 올라 갈 수 있습니다.

 

날씨가 너무 좋습니다.

산행할 때 이런 날씨를 만나면 기쁨이 두 배가 됩니다.

이날 산행인구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습니다.

봄날이라 꽃구경 하러 갔을까요.....

저수지는 지도에는 사자저수지로 나와 있습니다..

우측 하단의 빨간 곳이 구름다리 입니다.

철 계단으로 올라가는 곳이 사자봉인데 거의 직벽입니다.

영암.

이제까지 산행한 곳

정면에 보이는 곳이 도갑사 방향입니다.
원래 도갑사 방향으로 넘어 갈려고 했는데 갑작스런 왼쪽 발바닥의 통증으로 아쉽지만 원점 회귀 합니다.

관절도 아니고 쥐도 아니고 발바닥이 아픈 것은 처음인데 왼쪽 발바닥도 우측(아치가 끝나는 끝 지점, 뒷굼치 시작부분)만 아파서 하산할 때 고생 많이 했습니다..

지금도 발이 완전한 상태가 아닌데 원인은 불명입니다..주무르면 약간 아프긴 한데 지금은 많이 풀어졌습니다.

아쉽게 발걸음을 돌리는 순간입니다. 참고로 도갑사에서 천황사까지 차량 회수할 때 택시비가 약 12000원 정도 된다고 합니다.

혼자 산행하면 산천 구경하면서 여유로운 산행이 가능하지만 밥 먹을 때면 약간 처량합니다.
붙임성이 좋으면 같이 먹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무작정 같이 먹자고 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간혹 마음씨 좋은 등산객 만나면 같이 먹자고 하는데 그때는 염치 불구하고 술 한잔 들고 가서 자리에 앉습니다.

가지고 간 도시락은 두 숟갈 먹고 밥이 너무 질어서 입으로 들어가지 않아 술 만 얻어 마시고 왔습니다.

아쉽습니다..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한참을 쳐다보았습니다.

바람폭포 방향으로 하산합니다.

육형제 바위랍니다.

  바람폭포입니다.

이 사진을 끝으로 카메라를 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