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4일 오전 8시

돈내코 주차장에 차를 주차 시키고 영실 매표소로 가려고 택시를 부릅니다

요즘 제주 택시가 올레꾼들 덕분에 서비스가 좋아졌다고 하더니 그것은 모두 헛소문인가 봅니다.

택시 기사는 돈내코 주차장을 찾지 못하고 헤매더니 급기야는 충혼묘지에서 기다리지 왜 주차장에서 택시를 부르냐고 투덜댑니다.
영실 매표소로 가는 도중에도 그곳은 너무 외진곳이라 택시기사들이 안갈려고 한다고 하면서 재수없어 순번에 걸렸다고 합니다.

다음에는 어리목이나 영실에서 택시를 부른다고 하니까 우리회사 택시는 부르지 말고 다른 회사 부르라고 신신당부(?) 합니다.

이런 우라질~~~~ 택시요금은 17700원

신성한 한라산을 오르는데 아침부터 재수없게 시리~~~~~ 

▼ 영실 매표소에 장비 점검 후 출발하려고 하니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비옷이 있는가 살펴보니 아침에 택시기사가 길을 못찾아 대신 길안내를 해주는 바람에 깜빡 잊고 챙겨오지 않았습니다.
비옷과 김밥 두 줄을 구입하고 오전 9시경 산행을 시작합니다.

※ 영실에서 돈내코 산행사진은 거의 실시간으로 총 635장을 찍었으나 모두 올리면 너무 많아 줄이고 또 줄여서 41장만 올립니다.

▼ 산행하기는 덥지 않고 선선하여 좋은 날씨이나 가끔씩 떨어지는 빗방울,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운무는 사진 촬영에는 최악의 조건입니다. 이제까지 산행하면서 산행 안내도는 찍어 본적이 없는데 오늘은 안내도만 많이 찍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듭니다.

▼ 비는 오고 하늘은 잔뜩 찌뿌리고 있습니다.
부드러운 흙 길에 물이 고여 있는 곳을 걸으니 어릴 적 생각이 납니다.

물이 고여 있는 웅덩이를 지날 때면 어떻게 하면 신발에 물이 들어가지 않게 건널 수 있을까 하는 행복한 고민에 빠진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이런 길을 걸을 수 없습니다. 그저 딱딱한 아스팔트 위를 걸어야 합니다.

▼ 비록 우중충한 날씨지만 운무가 끼어있는 숲길을 걸을 때는 제법 운치가 있습니다.

▼ 매표소에서 어린 아들과 산행을 하거나 연인들은 중간쯤 가다가 날씨 때문에 산행을 포기하고 벌써 하산하기 시작합니다.
산행하는 사람은 몇 명 되지 않습니다.

▼ 점점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영실기암과 폭포가 있다는데~~~

▼ 영실 기암이 운무 뒤도 살포시 숨어 버렸습니다.
이곳까지 올라오면서 운무가 걷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10분, 또 10분을 기다렸지만 영실기암의 모습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 또다시 길을 재촉합니다.
목에 건 카메라는 비니루에 감싼 후 사진 촬영시에만 꺼내 셔터를 누릅니다.

렌즈가 빗방울과 운무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아 렌즈를 연신 닦으면서 멋진 산행 사진을 기대하는 것이 아닌 산행 기록용과 그 어떤 의무감 때문에 셔터만 누르고 전진합니다. 

▼ 한라산은 등산로의 정비가 아주 잘되어 있습니다.
한라산에서 길을 잃어 버렸다는 소식을 듣는다면 그것은 세계 4대 거짓말중의 하나입니다.

▼ 앞에 희미하게 무언가 보이지만 어떤 모습인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산행하시는 분이 날씨 좋으면 엄청 멋있다고 염장만 지릅니다...^^

▼ 이런 날씨의 산행 중 사람을 만나면 무척 반갑습니다.

아마 로또 1등 당첨보다 더 반가울지 모릅니다.

▼ 무엇인가 보여 줄듯 하면서도 보여주지 않습니다.
아마도 내게 오늘은 부정탓으니 다음에 깨끗한 마음으로 다시 찾아오라는 말처럼 들립니다.

그래도 다행입니다. 산이 나를 다시 부르니까요...~~~

▼ 산길을 걸으면 사소한것 하나라도 놓치지 않을려고 합니다.
고목이 한라산을 외롭게 지키고 있지만 모두에게는 반가운 존재입니다.

다음에 다시 만날 약속을 하면서 눈도장을 찍습니다.

▼ 한참 사진 찍다보니 스틱이 없습니다.
오던 길을 다시 돌아가니 스틱이 반갑게 맞아줍니다.

4개의 발 중 2개가 없어졌는데 그것을 느끼지 못하다니...나도 참,,,무심합니다.

▼ 노루샘을 향하여 힘차게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산행중 기본 장비를 갖추지 않고 산행하는 것은 아주 위험합니다.

자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배낭은 허리를 지탱해주고 추락시 몸을 보호하여 주는 아주 중요한 장비입니다.
또한 기본 장비를 갖추지 않는 것은 산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빈 배낭이라도 꼭 배낭을 메고 가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 노루샘에서 만나 부부 산꾼
인천에서 오셨다고 합니다.

노루샘의 약수로 목을 축이고 대피소로 향합니다.
 
▼ 어디서 올라왔는지 몰라도 대피소에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간단히 휴식을 취하면서 라면 한 그릇을 먹고 돈내코로 향합니다.
 

▼ 돈내코로 가는 길은 등산로에 계단을 설치하고 있었습니다.

계단과 계단을 구분하는 색을 칠하지 않아 눈에 혼동이 옵니다.

▼ 한라산 서북벽이 희미하게 보입니다.
오늘 하루 종일 햇님은 나타날 기색이 없습니다.

▼ 이제부터는 돈내코로 향하는 등산로인데 등산객이 한 명도 보이지 않습니다.

호젓한 산길을 홀로 걷습니다.

▼ 방아오름샘 입니다.
낮은 산은 산에 물이 없지만 높은 산은 산꾼들에게 목을 축이라고 물을 줍니다.

자연의 신비로운 조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좌우를 살펴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오직 앞만 보고 걷습니다.

▼ 희미하게 해안가 풍경이 나타나지만 불과 5초도 안되 사라집니다. 진짜 간질맛나게 보여줍니다....^^

▼ 남벽분기점에 도착합니다.
이곳에서 혹시나 운무가 걷히지 않을까 하는 미음에 약 20분 동안 돈내코로 내려가지 못하고 서성거립니다.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고...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기릴 반복하니 감시초소의 감시요원이 덩달아서 서성거립니다...ㅎㅎ

▼ 돈내코로 향하는 길..이제부터 진짜 지루한 숲길이 시작됩니다.

▼ 지루한 길에서 간간히 보여주는 안내표시석...

등산객이 없는 곳에서 만나니 제일 반갑습니다.

▼ 하늘이 잠시 열렸다가 순식간에 닫힙니다. 찰나의 순간이지만 가슴이 뻥 뚫린 느낌을 받습니다.

사진을 보니 잠시 방심하였는지 렌즈에 빗방울이 묻었습니다.

▼ 이제 4.7km 남았습니다.
4.7km 를 걷는 동안 좌,우에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숲길을 걸어야 합니다.

▼ 자~~~ 이제부터 숲길을 걷습니다.

이런 숲길을 걷습니다.

▼ 요렇게 생긴 숲길도 있습니다.

▼ 좌,우에 조릿대로 조성된 숲길도 있습니다.

▼ 하늘을 향해 사진을 찍으면 이렇게 멋진 모습도 보여주는 숲길도 있습니다.

▼ 그래도 제일 반가운것은 몇 km 남았다고 알려주는 안내표시석 입니다.

▼ 해발 900m 입니다.
산행 다니면서 이런 사진 찍기도 처음입니다...^^

▼ 아주 푹신푹신하고 부드러운 숲길도 있고

▼ 돌멩이로 이루어져 발바닥을 아프게 하는 숲길도 있습니다.
가도 가도 숲길입니다.

▼ 썩은 물통입니다.
그냥 다른 사람들 사진 보니 찍길래 찍었습니다.

▼ 실험으로 심고 있는 나무들인데 접근 금지 지역입니다

▼ 이제 이 길을 지나면 주차장에 도착합니다.

하늘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합니다.

▼ 하산지점에 오니 하늘이 열리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한라산 방향은 여전히 운무에 가득차 있습니다.
 
▼ 드디어 돈내코 주차장의 안내 초소가 보입니다.
도착 시간 오후 2시 57분

산행을 시작한지 6시간만에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영실~돈내코 코스는 날씨 때문에 제대로 감상을 하지 못했지만 나름대로 호젓한 산길입니다.
특히 돈내코 코스는 무더운 여름에도 숲이 우거져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는 코스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아쉬움이 남는 산행이었지만 다시 올 것을 기약하면서 아쉬운 발걸음을 돌립니다.
 

▼ 사진을 클릭하면 큰 사진으로 볼 수 있습니다.

▼ 돈내코 코스는 입산 통제가 해제되었으니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